45약점(弱点)

2023-08-01 08:00:5507:42 116

声音简介

끊어진 가방끈을 길가에 있는 구둣방에서 수선했었다. 대충 기워 들고 다니던 검은 핸드백은 내가 살 수 있는 가격에서 조금 더 비싼 것이게에 몇 번을 망설이다 구매했었다. 지금에야 그 모습이 검소하고 예뻐 보이지만 기억 속에서나 그럴 뿐, 그언뜻 보이는 바느질 자국에 내 자신은 한없이 더 작고 작게, 더없이 없게 느껴졌었다. 나를 좋아한다던 어느 오빠도 내 가방을 보고는 명품가방 하나 없냐며 마음을 접었고, 많이 좋아하던 그 아이와 이별할 때도 내 눈에는 유독 기워진 가방끈만이 보였다. 그걸 그 아이가 봤을까 봐, 늘 초조하고 비참했다.

가진 게 없어서 받는 것조차 죄스럽던 시절. 나는 줄 게 없다는 미안함에 괜한 자존심만 내세우고 표현에 서툴렀다. 그런 부끄러움이 바보 같음을 깨닫던 때, 근사한 식당을 서성이다 그냥 지나치기도 했다. 때로는 식당에서 지갑을 확인하느라 화장실만 왔다 갔다 하는 상대를 보면서, 나는 학교 회비라며 용돈을 받아 밥을 굶어가며 데이트 비용을 만들었다.

나는 정말 괜찮은데, 상대가 마음 졸이며 상처받을지도 모를 그 마음에 내가 더 불편했다. 나는 스팸이 들어간 김치볶음밥이 더 좋았고 너구리 라면이 더 좋았다. 함께 쿠폰을 모으는 게 좋았고 볼품 없어도 함께인 것이 좋았다.

나이가 더 들고 밥벌이 못할 때, 주변은 모두 때를 벗은 아름답고 화려한 숙녀들과 그런 여자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남자들이 있었다. 나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더 무너졌다. 사랑받지 못한다. 사랑받지 못하는구나. 내가 아등바등 모은 푼돈으로 밥 한 끼를 먹는 것이 이제는 우리에게 감사하고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없구나.

볼품없다고 여겨진 나는 상대 인생에서 나의 순위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말도 안 되는 사랑의 수치화를 요구했다. 욕심이고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그 기워진 가방 같아서, 명품도 아닌 게 꼴에 기워진 가방이 아닌 척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상대가 컸던 것일까 내가 좁았던 것일까.

내 마음은 늘 엎질러지거나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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