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여름 별미
과일의 왕좌를 다투는 두 경쟁자가 같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넌 적이 있는데, 이때 사건이 벌어졌다. 멜론과 함께 탔던 수박이 어찌된 일인지 썩고 만 것이다. 설마 수박이 멜론의 기에 눌려 썩어 버렸을 리는 없다.
사건의 진상은 이렇다. 멜론은 다량의 '에틸렌'을 공기 중으로 방출하는데, 에틸렌은 식물 호르몬의 일종으로 열매의 성숙을 촉진한다. 결국 멜론에서 방출된 에틸렌 때문에 수박이 너무 익어 상하고 만 것이다. 그후로 수박과 멜론은 자리를 함께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오이와 멜론 등 박과 식물은 잎이 둥글고 넓은 데 반해 수박 잎은 어수선하게 잘려 들어간 모양이다. 잎이 크면 잎 표면에서 수분이 증발하여 쉽게 시들고 말기 때문에 수박 잎의 구석구석까지 촉촉함을 유지하기 위하여 물이 지나는 길인 잎맥 부분만 남은 것이다.
수분을 열매에 저장하는 영리한 식물
수박의 원산지는 아프리카의 사막지대인데 수분이 풍부한 수박은 귀중한 수분 공급원으로 여전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혹독한 건조기후에서 수박은 수분이 풍부한 열매를 맺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한다. 선인장 등 건조지대에서 자라는 식물은 일반적으로 필요할 때 언제든 이용할 수 있도록 잎과 뿌리에 수분을 저장한다. 그런데 열매에 저장한 수박은 편리하게 이용하기가 어려운데도 왜 수박은 고생고생하며 수분을 열매에 저장할까
식물의 열매는 동물이나 새에게 먹혀 멀리까지 이동한 다음 배설물과 함께 체외로 배출되면서 씨를 퍼뜨린다. 즉 먹히기 위해 달콤한 열매를 맺는 것이다. 수박도 마찬가지다. 달콤하고 수분이 풍부한 열매는 사막에 사는 동물이나 새에게 오아시스나 다름없다.
수박은 중심으로 갈수록 달콤한데 이는 동물이나 새가 수박 한 통을 남기지 않고 다 먹게 하기 위한 전략인지도 모른다.
수분이 거의 없는 건조한 환경에서 수박은 그나마도 부족한 수분을 자손을 위해 저장한다. 자식의 성공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며 저축하는 우리네 어머니 모습 그대로다.
피로를 풀어주고 입맛을 되찾아준다.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있는 여름 과일의 대명사, 수박
여름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 과일이 수박이다. 거의 대부분이 수분이지만 의외로 영양가는 높은 편이다. 비타민A,B1,B2,C를 비롯해 칼륨과 칼슘, 인 철분 등의 미네랄과 글루타민산, 아르지닌 등이 들어 있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시트룰린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 때문에 단백질이 요소로 변하고 소변으로 배출되는 과정이 원활해지면서 이뇨가 좋아진다. 이뇨효과는 신장병뿐만 아니라 심장병, 고혈합, 임신 등으로 인한 부종에도 효과가 있는데 과육보다는 껍질과 과육 사이에 있는 흰색 부분도 잘래내지 말고 섭취하거나 그 부분만 따로 도려내 채 썰어 무치거나 냉채로 만들어 먹으면 버리는 부분 없이 알뜰하게 먹을 수 있다 . 이뇨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수박 과육을 도려내 엿처럼 조려 하루 세번 1큰술씩 먹으면 더욱 좋다
시원하게 식혀서 제맛을 즐기자
수박이 영양이 없다고는 하지만 당분은 풍부한 편이다. 수박의 당분은 대부분 과당과 포도당이어서 쉽게 흡수되고 피로해소에 도움이 되므로 더위로 잠을 설쳐 피곤하거나 입맛이 떨어져 통 먹지 못한다면 수박으로 부족한 영양을 채워보자. 수박은 해열과 해독작용도 하는데 일사병에 걸렸거나 장시간 햇빛에 노출되었을 때 시원한 수박을 한두 조각 먹으면 메세껍거나 토하고 싶은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다. 수박은 몸을 차게 하므로 너무 많이 먹거나 수박을 먹은 후 선풍기나 에어컨바람을 약간만 쏘여도 몸이 차가워지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씨 없는 수박도 있지만 수박씨에는 리놀레산이 풍부해 수박씨를 말려서 볶아 먹으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를 예방할 수도 있다. 중국에서는 수박씨를 소금과 함께 볶아 전채요리로 내기도 하고 차로도 이용한다.
수박을 고를 때 손으로 톡톡 두드려보는데 맑고 청명한 소리가 나면 잘 익은 것이다. 수박은 차게 해서 먹어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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