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익숙해서 아름다운 말들 (feat. 너에게 난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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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외국어를 공부할 때 그 언어로 불러진 음악을 많이 활용합니다. 한가지 특징이 있다면 최신 유행곡 보다는 발표된 지 시간이 좀 흐른, 그러나 대중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그런 명곡들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죠. 제 기준으로 보면 한 8, 90년 대에 나온 곡이나 멀게는 70년 대에 나온 곡들이요. 뭐랄까요. 그 시절의 노래들은 지금보다 기교는 좀 없을지 몰라도 ‘마음을 표현한다’는 언어 그 본래의 목적에 더 충실했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래서 그 시절의 노래를 들을 때면 물론 멜로디도 좋지만 가사 한 문장 한 문장에 더 집중하게 되죠. 그러다 보면 단순하지만 세련된 주옥 같은 표현들을 수 없이 발견할 수 있고 그렇게 한 곡 한 곡 따라 부르다 보면 외국어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느낍니다.

오늘 소개할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란 노래도 바로 그런 노래 중 하나입니다. 이 노래를 부른 그룹 이름도 재미있어요, “자전거를 탄 풍경”. 이름 그대로 자전거를 타면서 여행하는 것처럼 서정적이고 그러면서도 친숙한 노래를 많이 부르는 그룹입니다.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은 손예진, 조승우 주연의 영화 <더 클래식> 삽입곡으로도 유명한데요. 이 노래를 보면 참 예쁜 표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단어들이 엄청 격식이 있거나 어려운 문어체는 아니에요. 오히려 우리 생활 속에 녹아있는 정말 친숙하지만 곱씹어 보면 아름다운 그런 말들입니다.

우선, ‘해 질 녘 노을’ 이라는 말을 볼까요? 해 질 녁은 ‘해가 지다’에 어떤 때의 무렵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 ‘녘’이 붙어서 ‘해가 지는 무렵’이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해 질 녁이 되자 아이들은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갔다.’ ‘해 질 녁에는 날씨가 쌀쌀하니 옷을 두툼히 입고 나가세요.’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죠.

여담으로, 해 질 녘은 끝말잇기 놀이를 할 때 필살기로 유명한 단어인데요. 왜냐하면 한국어에서‘녘’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어요.

두 번 째는 ‘햇살’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해가 비치는 현상을 다양한 단어로 표현합니다. 햇빛, 햇볕, 햇살 등이 그 예이죠. ‘햇빛’은 일광(日光), 즉 해의 ‘빛’이라는 뜻입니다. ‘햇빛이 밝게 비치다’, ‘햇빛이 환하다’, ‘햇빛이 없어 깜깜하다’ 이런 식으로 쓰여요.

‘햇볕’은 해의 내리쬐는 ‘따뜻한 기운’, 즉 해가 비칠 때 느끼는 촉각을 강조한 표현입니다. 자주 쓰이는 표현을 보면 ‘햇볕이 뜨겁다’, ‘햇볕에 그을리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다’ 등이 있습니다. 

‘햇살’은 해가 내쏘는 ‘광선(光线)’이라는 뜻으로 상황에 따라서 ‘햇빛’과 의미가 비슷할 때도 있고, ‘햇볕’과 비슷한 의미일 때도 있습니다. ‘햇살이 퍼지다’,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 이런 예문에서는 ‘빛’을 뜻하는 햇빛에 가깝고, ‘따사로운 봄 햇살’, ‘햇살이 따뜻하다’ 이런 예문에서는 ‘햇볕’에 가까운 의미가 됩니다. 무작정 암기하려고 하지 마시고 단어와 예문을 함께 보면서 그 표현이 주는 이미지를 떠올려 보시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조그맣다(조그맣던=조그마하던)’는 ‘조그마하다’의 줄임말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조금 작거나 적다’는 뜻으로 나옵니다. 실제로 이 두 단어의 용법이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데 다만 단어의 발음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조그맣다’가 더 귀여운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작은 느낌을 강조하다 보니 생활 속에서는 ‘쪼끄맣다, 쬐끄맣다’처럼 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강아지가 쪼끄매서(쪼끄마해서) 귀여워요. ’이런 식으로 말하죠. 또 연상연하 커플이 나오는 드라마에서 연하의 남자가 대쉬할 때면 연상의 여자가‘쪼끄만 게 까불어?!’하고 말하면서 튕기곤 하죠.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한번쯤 들어 보셨을 거예요.

오늘은 <너에게 난 나에게 넌> 가사에 등장하는 ‘해 질 녁’, ‘햇살’, ‘조그맣다’라는 표현을 함께 알아 봤습니다.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또 좋은 노래들 추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