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BTS도 제쳤다! 우주 대스타, 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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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19년을 넘어 올해까지도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 인물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의 캐릭터라는 점인데요. 2019년 인기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고,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130만 명을 넘었으며, 한 취업 사이트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무려 방탄소년단을 제치고 ‘2019년 올해의 인물’로 뽑힌 주인공! 바로 펭수입니다.

펭수라는 캐릭터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일단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펭수는 펭귄 캐릭터입니다. 둥글넓적한 얼굴, 헤 벌리고 있는 노란 부리, 초점이 없는 것 같지만 왠지 어디서든 나를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은 눈동자. 보면 볼수록 오묘한데요. 이름은 남극 펭 씨에 빼어날 수(秀)를 쓴다고 합니다. 나이는 10살, 키는 210cm인 자이언트 펭귄으로 뽀로로와 BTS(방탄소년단)을 보고 한국 행을 결심했고, 도착하자마자 EBS 방송국 오디션을 통해 연습생이 됐습니다. 헤엄쳐 오는 중 스위스를 경유해 요들송을 배웠고, 랩•비트박스•댄스까지 못 하는 게 없는 재간둥이죠. 지금은 EBS 소품실에 살고 참치를 제일 좋아한다고 하네요. 

펭수는 사실 교육방송 EBS에서 초등학생을 타깃(target)으로 제작된 캐릭터입니다.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 하는 펭수가 초등학생 눈높이에서 트렌드, 고민 등을 공유하는 것이 기획 의도였죠. 그런데 재미있게도 예상과 달리 펭수의 진가는 2030대에서 빛났습니다. 펭수가 초등학교를 찾아간 영상 댓글에는 직장인들이 몰려와 ‘우리 회사에도 와 달라’는 댓글을 답니다. ‘고 3때도 안 봤던 EBS를 펭수 때문에 보고 있다’, ‘동년배 상당수가 펭수 팬’이라는 반응이 줄을 잇습니다. 어린이용 캐릭터로 '데뷔'한 펭수에게 왜 어른들이 열광하는 걸까요?

펭수의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 TV’의 PD는 “직장 생활에 지친 20, 30대 사회 초년병들이 펭수의 돌직구 발언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돌직구라는 말이 좀 어려우실 수 있는데요. 딱딱한 돌이라는 단어와 직구라는 단어를 합친 말인데, 직구는 야구에서 쓰는 용어로 휘어지지 않고 직선처럼 날아가는 공을 뜻합니다. 해외에서 물건을 사온다는 뜻의 직구하고는 다른 뜻입니다. 그래서 돌직구란 강하고 직설적인 말을 비유하는 표현인데요. 흔히 어떤 상황이나 사람에다 대고 정면으로 지적이나 비판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비슷한 말로는 일침, 사이다, 팩트폭력과 같은 표현들이 있죠.

EBS연습생 신분을 자처하지만 펭수의 언행에는 거침이 없습니다. 회사에서 하늘과 같은 EBS 김명중 사장의 이름을 시도 때도 없이 언급한다거나 “못해먹겠다. EBS에서 잘리면 KBS에 가겠다”는 돌발 선언을 대놓고 내뱉기도 합니다. 펭수가 남긴 유명한 어록을 몇 개 소개해 드릴게요.

사장님이 친구 같아야 회사도 잘 된다.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취향은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취향은 존중해주길 부탁해. 

화해했어요. 그래도 보기 싫은 건 똑같습니다. 

눈치 보지 말고 원하는 대로 살아라.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른이고 어린이고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면 되는 거예요. 

한 대중 문화 평론가는 펭수를 두고 “꼰대 문화에 반기를 든 젊은 세대들에게 펭수의 말과 행동은 통쾌함 그 자체”라고 평가했습니다. 꼰대는 늙은이, 기성세대나 선생을 가리키는 은어로 ‘타인을 무례하게 하대하는 노년층의 사람’이란 뜻입니다. 또 다소 보수적이고 딱딱한 느낌의 교육방송 EBS가 이런 반항적인 캐릭터를 내놓은 것도 반전 재미를 준 요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구를 넘어 우주 대스타가 꿈이라는 펭수. 2020년에는 과연 그 꿈이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스트레스 받고 울적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 재미있는 펭수 영상을 감상해 보시는 걸 추천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