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당찬 인생의 상징
여자아이들이 동경해 마지않는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만 받던 신데렐라를 무도회에 데려다준 것은 다름 아닌 호박 마차이다.
일본에서는 어리석다 무능하다는 뜻의 욕설로 쓰이는 호박이 마법사의 마법으로 온 세상 여자아이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주인공 신데렐라의 출세기이자 호박의 성공담이기도 하다. 신데렐라와 호박은 곤난을 참고 견디며 씩씩하게 살아간다는 점이 닮았다.
호박의 삶은 한마디로 당차다. 채마밭 한구석에 내던져진 호박 조각이 싹을 틔워 잡초처럼 무성해지는 광경을 자주 본다. 잡초와 같은 강인함은 세계를 떠돌며 체득한 지혜일까 ?
호박의 고향은 멕시코 남부로 알려져 있다. 호박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유럽으로 건너갔고, 다시 중국과 캄보디아 등을 떠돌다가 일본에 들어왔다.
일본에서 한자를 외울 때 서로 닮은 한자"瓜” “爪”를 구별하기 위하여 '박에는 손톱이 있고 손톱엔 손톱이 없다'라고 외웠는데, 이 역시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우연히도 박과인 호박에는 진짜로 손톱이 있다.
호박의 손톱을 보기 위해서는 씨를 뿌려야 한다. 먹고 난 호박씨를 버리지 말고 심어보자. 호박의 열매살에는 씨의 발아를 억제하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씨를 심을 때는 씨에 붙은 열매살을 잘 떼어내야 한다.
씨는 싹을 틔워야 하는데 발아억제물질이 씨를 감싸고 있다니 참 이상한 일이다. 새나 동물이 열매를 먹고 그 씨를 배설하여 곳곳에 퍼뜨리듯이, 호박의 씨도 야생의 상태에서는 동물에게 먹혀 이곳저곳으로 운반된다. 호박 껍질은 딱딱하여 오래 지나도 썩지 않는다. 말하자면 새나 동물에게 먹히기도 전에 열매 안에서 성급하게 싹을 틔우지 못하도록 발아를 억제하는 구조를 갖추었다. 씨에 붙은 과육은 소화 과정에서 제거되므로 동물의 몸 밖으로 배출된 씨는 알맞은 때에 싹을 틔울 수 있다.
호박에서 싹이 날 때 관찰해보면 쌍떡잎의 밑줄기에 손톱 모양의 돌기가 난것을 볼 수 있다. 박과 식물은 쌍떡잎 속에 발아에 필요한 영양분을 저장하기 때문에 쌍떡잎이 크고 두툼하다. 그래서 씨 속에는 쌍떡잎이 꽉 들어차 있다. 호박은 떡잎을 틔울 때 이 돌기에 씨의 껍질을 걸어 씨 밖으로 효과적으로 빠져나온다. 손톱을 비밀무기로 갖춘 호박의 능력이 참으로 대단하다.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산모의 부기를 빼준다.
비타민이 듬뿍, 달콤한 호박죽
호박은 임진왜란 이후 일본과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여왔다. 처음에는 승려들이 주로 먹어 승소라고 불리면서 널리 퍼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재래종인 늙은 호박과 조생종인 서울 애호박 등이 주로 재배되는데 품종과 성숙도에 따라 영양 성분도 크게 달라진다. 호박은 잘 익을수록 단맛이 증가하는데 이는 당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호박의 주성분이랄 수 있는 성분이 바로 이 당질이네 카로틴의 형태로 들어 있는 비타민 A를 비롯해 식물성 섬유, 비타민B1,B2,C칼슘과 철분, 인 같은 미네랄도 비교적 고루 들어 있다. 호박에 들어있는 비타민 A 와 C는 점막을 튼튼하게 하며 감기에 대한 저항력를 길러주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어 몸이 찬 사람이 장복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세포점막을 튼튼하게 보호하는데 회복기 환자나 궤양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호박죽을 쑤어 자주 먹으면 좋다. 호박을 이용한 가장 대표적 음식 가운데 하나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당뇨병으로 인한 부기를 빼는 데도 효과적이다.
호박씨도 유용한데 호박씨에 들어 있는 불포화지방산은 아주 우수하며 동맥경호를 예방하고 혈액손환을 도우며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있다. 또 필수아미노산인 메티오닌 등이 많이 들어 있어 간을 보호해주므로 술안주로도 알맞다.
애호박과 늙은 호박을 맛있게 먹는 방법
애호박은 우리네 밥상에 친숙하게 오르는 대표 채소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밥상에 오르는 된장찌개는 물론 동글납작하게 썰어지진 호박전은 방찬으로는 물론 출출할 때 즐기기에 좋다. 반달 모양으로 납작 썰어 새우젓으로 가한 볶음은 풋풋한 호박 냄새와 감칠맛이 어우러진 여름의 대표 반찬이다. 채 썰어매운 고추를 넣어 지진 호박밀전은 장마철이면 한두 번쯤 먹게 되는 익숙한 음식이다.
늙은 호박은 또 어떤가. 산후부기를 내리게 하기 위해 호박속을 파낸뒤 꿀을 붓고 찜통에 푹 쪄 먹는 호박꿀단지는 지금까지 애용하며 찹쌀가루나 멥쌀가루를 넣고 끓인 호박죽은 고향 생각이 나면 한 번쯤 떠올려보았음 직한 음식이다. 늙은 호박을 얄팍하게 저며 소금을 약간 뿌려 꾸덕뚜덕하게 말린 뒤 쌀가루에 버무려 찐 호박시루떡은 또 얼마나 정겨운 음식인가. 지금도 도심을 벗어난 주택가나 고향집 담벼락 아래에서 호박잎과 탐스럽게 열린 호박을 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한 채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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